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 외에 해당 내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공연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공연성’의 개념은 단순히 많은 사람 앞에서 발언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소수의 사람에게 이야기했더라도 그 내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리적 해석과 적용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수사기관은 ‘전파 가능성 이론’을 폭넓게 적용하여 혐의를 구성하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그 적용에 있어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법리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명예훼손죄 ‘공연성’의 법적 의미와 전파 가능성 이론의 한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은 발언의 내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명예훼손죄가 보호하는 법익이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사회적 평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도5093 판결 등). 그러나 이러한 ‘전파 가능성 이론’은 무한정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전파될 가능성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7937 판결), 전파 가능성의 구체성과 객관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단순히 추상적인 전파 가능성만을 주장한다면, 이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수 전파의 특수성과 신뢰 관계에 따른 엄격한 해석
특히 소수의 사람에게 명예훼손적 발언을 한 경우 ‘공연성’의 인정 여부는 발언 당시의 상황, 상대방과의 관계, 발언의 내용과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발언 상대방이 직접 피해 당사자이거나, 그와 밀접한 신뢰 관계에 있는 특정 소수의 사람인 경우로서 그들에게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외부에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공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즉, 발언을 들은 사람이 피해자와 특별한 관계에 있거나, 발언자와 비밀을 유지할 만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그 내용이 외부로 전파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공연성’은 부인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발언의 목적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내부적인 대화에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명예훼손의 고의나 전파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이 획일적으로 ‘전파 가능성’만을 주장하며 ‘공연성’을 인정하려 한다면, 이는 해당 발언의 맥락과 관계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으로서 법리적으로 배척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의 주장을 배척하기 위한 입증 자료 확보 방안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배척하고 무혐의 또는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입증 자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첫째, 발언 상대방이 해당 발언을 외부에 전파할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발언자와 상대방, 그리고 피해자 간의 밀접한 관계나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증거(예: 오랜 친분 관계, 직장 내 긴밀한 업무 관계, 가족 관계 등)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 상대방의 진술서나 증언을 통해 발언의 내용이 외부로 전파될 의도나 가능성이 없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발언의 목적이 특정 문제의 해결이나 정보 공유에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가령, 피해자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내부적인 논의 과정이었거나, 개인적인 고충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언이었음을 입증하는 자료(예: 회의록, 대화 기록, 관련 이메일 등)를 제시하여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해야 한다.
셋째, 해당 발언이 실제로 외부에 전파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발언 이후 해당 내용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주장하는 ‘전파 가능성’이 현실화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주변인의 진술이나 관련 커뮤니티의 활동 내역 확인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은 그 적용에 있어 엄격한 법리적 해석이 요구되는 핵심 쟁점이다. 단순히 소수에게 발언했다는 사실만으로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형사 사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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