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지, 그리고 이 요건이 충족될 경우 추행의 고의성은 어떻게 입증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특히 대법원 판례의 변경은 이 ‘폭행’의 해석 범위를 확장하였으며, 이로 인해 과거에는 강제추행으로 보기 어려웠던 행위까지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도 있는 법리적 분석이 요구된다.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요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 변경의 법리적 의미
과거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적극적인 유형력 행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판례를 통해 이러한 폭행의 정도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였다. 대법원 2018도13886 판결 등은 강제추행죄의 폭행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경우 그 유형력의 행사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이상 그 힘의 강약이나 유·무형을 불문하고 폭행에 해당한다”는 종래의 해석을 유지하면서도, “그 유형력의 행사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여 폭행의 정도를 완화하였다.
이는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과거에는 피해자가 즉시 저항할 수 있었던 경미한 신체 접촉은 강제추행으로 인정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제압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 없이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면 강제추행죄의 폭행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피의자의 신체 접촉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며 그로 인해 피해자가 일시적으로나마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기습추행에서의 고의성 입증 및 탄핵 방안
비록 ‘폭행’의 요건이 완화되었다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추행의 고의가 반드시 입증되어야 한다. 기습추행의 경우,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으로 인해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거나 당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러한 상황 자체가 곧바로 행위자의 추행 고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추행의 고의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고 그 목적이나 동기는 묻지 아니하며,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는 엄격한 증명을 통해 판단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은 통상 피해자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피의자의 고의를 추단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피의자 측은 다음과 같은 논거를 통해 고의성 탄핵을 시도해야 한다. 첫째, 해당 행위가 피의자의 의도와 다른 실수나 착오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혼잡한 장소에서의 우발적인 접촉, 상황 오인으로 인한 비의도적 신체 접촉 등이다. 둘째, 피의자의 해당 행위가 추행의 객관적 외형을 갖추지 못했거나, 그 접촉 부위, 시간, 정도 등이 추행으로 보기에는 매우 경미하고 일시적이었음을 주장해야 한다. 셋째, 피의자의 사건 전후 행적, 평소 성향, 피해자와의 관계 등 종합적인 정황을 통해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피해자의 진술은 성범죄 사건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지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8도17395 판결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이나 비합리성을 지적하여 신빙성을 탄핵해야 한다.
강제추행죄는 판례 변경으로 인해 ‘폭행’의 정도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으나, 여전히 행위자의 추행 고의는 엄격히 입증되어야 하는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다음과 같은 입증 자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 객관적 증거: 사건 현장의 CCTV 영상,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진술 등 사건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여 피의자의 행위가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해야 한다.
- 정황 증거: 사건 전후 피의자의 행적, 피해자와의 대화 내용(메시지, 통화 기록 등), 피의자의 평소 성향 및 관계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여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 피해자 진술 탄핵 자료: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 비일관성, 객관적 사실과의 불일치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제시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해야 한다.
- 전문가 의견: 필요한 경우, 법의학적 소견이나 심리학적 분석 등 전문가 의견을 통해 피의자의 행위가 추행으로 볼 수 없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 일관된 진술: 피의자는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유지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여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들은 피의자의 무고함을 입증하고,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을 재판부에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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