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여기서 ‘항거불능’이란 피해자가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저항의 포기나 기억 상실과는 명확히 구별되어야 하는 법적 쟁점이다. 특히 알코올 섭취 후 발생하는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형법상 ‘심신상실’ 또는 준강간죄의 ‘항거불능’ 상태와 동일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준강간죄 ‘항거불능’ 판단 기준
준강간죄에서 규정하는 ‘항거불능’ 상태는 피해자가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심리적 또는 신체적 상태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거나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도6760 판결, 2011도8637 판결 등). 이는 단순히 피해자가 술에 취해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의식 수준, 행동 양상, 가해자와의 관계, 주변 상황 등 모든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술에 취한 경우에도 의사 표현이나 행동이 일정 부분 가능했다면, 비록 후에 기억을 못 한다 하더라도 곧바로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잠이 들거나 의식을 잃은 상태가 아니라면, 일시적으로 기억이 없다고 하여 곧바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8도15509 판결), 기억 상실과 항거불능 상태의 법리적 차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인지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알코올 블랙아웃(Black-out)과 심신상실의 법리적 구별
알코올 블랙아웃은 과도한 음주 후 특정 시간 동안의 기억을 상실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학적 블랙아웃이 발생했다고 하여 형법상 ‘심신상실’ 또는 준강간죄의 ‘항거불능’ 상태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형법 제10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심신상실’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이는 단순히 기억을 못 하는 것을 넘어선 정신적 기능의 완전한 상실을 요구한다.
블랙아웃 상태의 사람은 겉으로는 정상적인 대화나 행동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비록 후에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당시에는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할 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기억 상실은 사후적인 현상일 뿐, 성행위 당시의 의사결정 능력 및 항거 능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따라서 블랙아웃 상태였음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항거불능’ 또는 ‘심신상실’을 충족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당시 피해자가 실제 어떠한 상태였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명이 요구된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준강간죄의 법리적 판단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다음 입증 자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첫째, 사건 전후 피해자의 행동 양상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 예를 들어 CCTV 영상, 동석자들의 진술, 통화 기록, 메시지 내역 등을 통해 피해자가 자율적인 의사결정 및 행동 능력을 유지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둘째, 피해자가 성행위 당시 의사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피의자의 일관된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거나, 적어도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넷째, 필요한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 등을 통해 알코올 블랙아웃이 항거불능 상태를 의미하지 않음을 법리적으로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수사 기관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배척하고, 피의자의 무고함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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